해외진료 갤러리

믿음의 나무 에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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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베트남 붕따우 (28회) 일시: 2023년 7월 9일~16일 장소: 베트남 붕따우 백형선 교수, 최종훈 교수, 백철우, 김성오, 박준호, 우상엽, 구본진, 백윤재, 유원영, 김명준, 김지태, 신익수, 은승현, 조재희, 권형준, 김민곤, 박병하, 신동환, 오상훈, 하승철, 심민규, 정재원, 최승후, 황범순, 김지현, 오서영, 장주연, 황인애, 박주영, 이세연, 전소은, 김지윤, 황지윤, 우승재, 유예림, 백이안, 백유진 김지태 (51회 졸업예정, 본과4학년) 붕따우는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인구 24만명의 작은 도시이며, 아름다운 해변을 갖고 있어 휴양지로 베트남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장장 4년이라는 시간 만에, ESSEL이 해외 의료 봉사를 가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하늘길이 막혀 매년 진행되던 해외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2023년 여름에 재개된 것이다. 본과 2학년 때 ESSEL에 들어왔지만, 본과 4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해외봉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소중한 기회가 다가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4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 동안 해외봉사를 경험했던 선배님들은 어느새 졸업을 하여 남아있는 학생들은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막막하기도 했지만, 다같이 진료 준비를 하나 둘 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전에 국내봉사를 다녀온 경험으로 준비를 했지만, 해외봉사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매번 느끼게 되었다. 약 40명의 대원이 봉사를 1주일간 진행하는 만큼, 준비할 물품도 확인해야 할 사항도 그만큼 많았다. 그렇지만 아직 원내생 임상 마감에 쫓기는 동기들도, 이제 막 임상을 시작한 후배들도, 그리고 개원하신 선배님들도 다같이 모두 한 마음으로 몇 주간 늦은 시간까지 고생한 결과, 출국 며칠 전에 드디어 준비가 마무리 되었다. 대망의 출국 날. 비행기는 현지 시간으로 호치민에 자정이 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붕따우까지는 버스로 이동을 해야 했기에, 몇 시간을 더 달린 후에 1주일간의 진료를 진행할 병원에 당도하였다. 이 때 시각은 약 새벽 5시. 모두가 계속된 이동에 지쳤을 법 한데도, 다들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 덕분인지 정신이 맑아 보였다. 진료 장비들을 병원에 다 옮긴 후에, 숙소로 이동하여 모두 잠깐이나마 눈을 붙였다. 잠깐의 휴식 후, 병원으로 다시 이동하여 체어, 유닛, 컴프레서, 석션 등을 설치하고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텅 빈 복도였던 공간이, 체어 7개가 있는 치과로 서서히 변모해갔다. 움직이는 치과병원이 마침내 완성이 되고, 오후가 되어 대망의 첫 진료를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완벽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료가 척척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공백기가 너무 길었던 탓일까, 진료는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었으며 중간 중간에 혼선도 잦았다. 설상가상으로 전압이 맞지 않았던 탓인지, 순간적으로 석션의 전기까지 나가버리는 사태도 발생하였다. 그렇지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첫 날 진료를 무사히 마무리 지었고, 부족한 점에 대해 논의하며 다음날 진료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둘째 날이 밝았다. 다들 첫날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더 능숙한 모습으로 진료를 진행하였다. 어제보다 더 많은 수의 환자분들께서 찾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큰 어려움 없이 진료를 진행해 나갔다. 엄청난 더위에 에어컨도 없는 환경이었지만, 다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일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충실히 지내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날인 금요일까지의 진료를 무사히 마무리하였다. 최종적으로 5일간 700명이 넘는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 많은 환자분들을 도울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선배님들의 모습이 기억에 참 많이 남았다. 언어가 직접적으로 통하지는 않았지만, 한 분 한 분께 마음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 진료를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까다로운 치료일지 언정,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해내시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실력을 갈고 닦고, 그에 더해서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 역시 잊으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같이 와준 아이들과 가족분들이 진료에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힘들고 더운 와중에 기구 소독을 도와준 덕분에 진료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다들 밀려드는 환자들과 더위에 힘들고 지친 와중에도, 아이들을 보며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나의 본과 4학년의 여름은 ESSEL로 채워졌다. 그동안 국내봉사는 몇 번 경험해봤지만, 해외에서의 진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곳의 환자분들은 국내의 환자분들보다 구강상태가 심하게 좋지 않았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정도의 치석 양은 물론이고, 단순 충치치료도 받지 못해 우식이 진행되어 치근만 남은 환자분들도 다수였다. 스케일링, 보존치료 및 발치를 진행하며 환자분들에게 작게 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최종 보철치료는 진행할 수가 없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 많은 분들의 구강 상태가 좋지 않음은 치료를 받지 못해서도 있지만, 교육의 부재도 크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베트남 붕따우에서의 1주일동안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환자를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마음, 그리고 고마워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느끼며, 장차 어떤 치과의사로 성장해 나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정말 치열하게 본 진료, 끝나고 다같이 즐긴 맛있는 저녁, 사이 사이에 잠깐의 여유를 즐기며 마셨던 코코넛 스무디 커피까지 잊기 힘든 추억을 선배님들,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과 만들고 온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의 매년 해외 진료를 나가신 선배님들이 왜 매년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해외 진료를 나가는지, 비로소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본과 4학년이 되어서야 처음 해외 진료를 경험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ESSEL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고, 선배님들이 이루어 놓은 것들을 이제 후배인 우리가 천천히 이어받으면 될 것이다. 이후에도 ESSEL의 활동에 참가하며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년 베트남 빈롱성 (27회) 일시: 2019년 7월 7일~14일 장소: 베트남 빈롱성 참여대원: 백형선 교수, 김성오 교수, 임문우, 박준호, 이민형, 구본진, 지혁준, 박성우, 김정윤, 차은광, 이규화, 안세미, 김민재, 문창경, 김상훈, 윤지유, 김영경, 최서준, 김태연, 유승하, 진현석, 김윤중, 이서용, 송윤, 홍수민, 김제권, 허소가, 맹희영, 홍순영, 정다운, 김대희, 정하영, 김주리, 양다경, 안예진, 이아영, 김가은, 김선미, 지민진, 구현모, 임래나   유승하 (48회 졸업, 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전공의) 4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지만, 2019년 베트남에서의 여름은 저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때 이후로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해외 의료 선교의 길이 막힐 것이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이전 선생님들이 만들어 온 ESSEL의 전통을 잘 이어야 한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의료선교봉사를 준비했습니다. 처음 봉사를 준비하는 우리는 준비 단계에서부터 부족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국내 봉사와는 다른 해외 환경에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지만, 중간중간 막히는 부분도 있었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고민하며 기도로 준비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본과 4학년 여름이 가장 바쁜 시기인데도 다락방에 매일 같이 찾아와서 재료부터 기계까지 꼼꼼하게 살펴주던 본과 4학년 선배들. 헤매는 후배들을 위해 소중한 주말을 희생해 살피러 와주시고, 부족한 것은 없는지 계속 확인하시며, 기계나 체어를 고쳐 주시고, 두 손이 모자랄 만큼 재료와 기구를 한아름 안겨 주시던 OB 선생님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했지만, 출국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톤에 가까운 짐들을 낑낑거리며 옮기는 것만 해도 큰 일인데, 대형 수화물로 보내지 말아야 하는 짐을 대형 수화물로 부쳐버리거나, 항공사 직원 확인 후 보내야 하는 짐을 확인 없이 보내버리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쉴새 없이 터졌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인천공항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겨우 비행기에 탑승한 기억이 납니다.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에 도착한 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도 한참을 이동하고서야 진료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진료를 하게 될 넒은 강당 안을 둘러보는데 가장 먼저 에어컨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전년도에 필리핀 의료선교를 갔을 때 말그대로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진료를 했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엔 에어컨 바람을 쐬며 진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들떴었지만.. 현지 담당자는 진료장비 때문에 이미 전력을 많이 소모하게 될 거라 에어컨은 가동할 수 없다고 하여 아쉬운 마음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진료지 세팅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와중에 뜻밖의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현지 담당자가 우리나라의 한전 같은 기관에 협조를 구해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쾌적한 진료 환경을 위해 발벗고 나서 도와주신 덕에 건물 밖으로 나가면 안경에 김이 서릴 만큼 시원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맛있는 점심과 끊임 없이 제공되는 망고스틴, 망고, 두리안 등 현지 분들의 따뜻한 환대가 그곳을 머무는 내내 이어졌습니다. 매일 아침을 기도로 시작해 5일간 1000여명이 넘는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아픈 곳을 치료하고, 또한, 교수님과 선생님들께 임상과 진로 모든 면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OB 선생님들과 그 자녀분들, ESSEL 선후배들과 함께 힘써준 간호대 선생님들까지, 함께 했던 모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건 나만의 꿀팁이야’, 라며 이런저런 기술을 전수해 주시던 선생님, 앞으로 치과의사이자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 해 주시던 교수님, 졸업한 뒤 OB로서 반드시 해외 봉사에 다시 참석해야 한다고, 웃으며 손도장을 찍고 다니시던 선생님. 진료 전체에 걸쳐 모든 분야에서 활약해준 베테랑 자녀분들, 진료를 마친 뒤 다음 해의 의료선교를 위해 피드백을 정리해 주시는 선배님들, 궂은 일 마다 않고 열심히 일해준 후배님들, 예진과 교육으로 바쁜 와중에 치과 팀을 돕기 위해 지원 나와준 간호대 선생님들, 마지막으로 많이 힘들고 지쳤을 텐데도 끝까지 싫은 소리 한마디 없이 서로서로 의지가 되어준 동기들까지. 최선을 다하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 덕에 행복했고, 그런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준비 단계부터 진료 후 정리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항상 채워주시는 도움의 손길을 주시고, 모두가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게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4년이나 지난 일을 떠올리며 글을 쓰려니, 글재주가 없는 제가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느껴져서 많이 아쉽습니다. 올해부터 다시 해외 의료 선교가 시작되었는데, 4년 전 선생님과 찍은 손도장이 아직 유효하다면, 저도 언젠간 ESSEL의 졸업생으로서, 혹은 자녀의 손을 잡고 의료 선교에 함께 참여하고 싶습니다.  
2018년 필리핀 나가 (26회) 일시: 2018년 7월 8일~15일 장소: 필리핀 나가 참여대원: 백형선 교수, 김성오 교수, 임문우, 성상진, 박준호, 우상엽, 구본진, 백윤재, 박성우, 김치훈, 김정윤, 차은광, 권혁준, 김민재, 김영경, 김태연, 문창경, 윤지유, 최서준, 김윤중, 송윤, 유승하, 홍수민, 고혜린, 김나연, 김대희, 박채연, 송예진, 유영주, 이다예, 이소정, 김진우, 성희재, 박주완, 우승현, 구현모, 임래나, 정영우(MD) 차은광 (46회 졸업) 본과 4학년이었던 2018년 여름, 에셀과 함께 필리핀 나가(Naga)에서의 의료봉사에 참여했습니다. 에셀과 함께하는 3번째 해외봉사활동이었고, 학생으로서 함께하는 마지막 봉사활동이었기에 본과 3학년 집행진들을 도와 부족함이 없도록 장비, 필요한 물품 등을 더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진료를 위해 가져간 장비가 많아서 마닐라 공항에서의 통관 과정에 난항을 겪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과 하나님의 은혜로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마닐라 공항을 나가는 순간 밤이었는데도 무더웠던 공기를 마주하며 이곳에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실감났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숙소에서 하루 밤을 자고 난 후 일어나 버스를 타고 일주일 간 진료를 하게 될 마을의 교회학교에 도착했을 때,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반겨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우리를 환영해주기 위해 며칠 내내 연습했을 공연을 해주는 아이들 모습에 새삼 뭉클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빈 강당에 OB 선배님들의 지도 감독 하에 모두가 힘을 합쳐 장비를 설치하고 진료 준비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에셀의 전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아무리 도면을 보며 이리저리 고민을 했어도 막상 도착 후 진료준비를 위한 장비설치때는 항상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올해는 석션 및 전기발전실과 진료실간의 긴 거리로 인해 석션관의 설치가 어려웠고 전기 용량의 부족으로 석션과 컴프레셔 작동이 중단되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발전기를 대여해서 무사히 진료 준비를 마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장소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쉽게 지치고, 땀으로 가득 차서 퉁퉁 부은 손으로 진료를 계속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 내내 힘들게 진료하셨을 선배님들께서 한번 뿐인 소중한 휴가를 반납하고 후배들과 함께 진료 봉사를 오셔서 누구보다 열심히 진료하시는 모습을 보며, 힘든 마음이 들 새가 없었고, 저 또한 저런 선배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선배님들 뿐만 아니라 휴가를 포기하고 선배님들과 함께 봉사를 오신 가족분들을 보며 존경심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의 제가 그 당시 다짐했던 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진료를 하는 동안 마을 주민들의 치아 상태가 생각보다도 더 좋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정된 시간 동안 한 사람이라도 더 진료하기 위해 애썼고, 큐레이로 구강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비 등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배님들의 노하우와 학생들의 열정으로 무사히 진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배운 것들이 단지 책 속의 지식이나 나 자신 만을 위한 기술에 그치지 않고,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보람 있었고, 동시에 우리가 가고 나면 한동안 마을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매일 진료를 마친 후 이런 고민들을 나누며 앞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치과의사가 될 지에 대해 생각하던 밤이 떠오릅니다. 일주일 간의 진료를 마친 후 다 함께 스노쿨링을 하며 피로를 씻어냈던 기억, 물놀이 후 신라면을 먹으며 오랜만에 느끼는 한국의 맛에 감동했던 기억, 진료를 하던 중 점심, 저녁으로 먹었던 망고 등 과일이 주었던 기쁨 등 많은 즐거운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료를 마친 후 환하게 웃던 아이들과 주민들의 얼굴, 무더운 날씨에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진료를 기다리던 얼굴들,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평 없이 진료를 하고 서로를 도와주었던 우리의 얼굴, 백형선 교수님 및 모두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으로 무사히 봉사활동을 마칠 수 있었음이 마음 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도 가족들과 함께 에셀의 봉사에 참여하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2017년 인도네시아 탕거랑 (25회) 일시: 2017년 7월 11일~17일 장소: 인도네시아 탕거랑 참여대원: 김성오 교수, 임문우, 이근형, 박경준, 성상진, 이영택, 박준호, 구본진, 이규화, 김별이라, 김다영, 김동욱, 윤진, 이범준, 이세연, 이지민, 장한솔, 김경보, 김정윤, 유다한, 차은광, 최영일, 권혁준, 김태연, 최서준, 박수빈, 오혜수, 강보미, 박지원, 김은혜, 박주연, 이경원, 이재훈, 임래나, 구현모, 최영진, 이한남, 전연향   2017.07.27 치과신문 권혁준 졸업생 기사 http://www.dentalnews.or.kr/news/article.html?no=19022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소속의 치과의료선교팀 ESSEL(에셀)은 1971년 이웃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학생들과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학생들의 다락방 전도협회에서 시작된 치과의료선교 동아리다. 창단 이후 매년 치과의료선교를 진행해왔으며, 1993년 필리핀 딸락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25년 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외 진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반텐지역 땅그랑 오아시스 어린이 수양관으로 갔고, 치과의사 8명, 간호사 1명, 치과대학생 15명과 간호대학생 5명, 대원자녀 5명 그리고 식사봉사자 3명까지 총 37명의 대원이 함께 했다. 기자는 본과 2학년 막내로 참가했다. 본과 2학년 학생의 눈에 치과진료라고 하면 유니트 체어를 비롯해 환경이 갖추어진 시설에서 하는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에 해외로, 더군다나 의료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지역으로 진료봉사를 간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단순 구강검진만이 아니라 치과 ‘치료’를 할 수 있다니… 진료봉사의 구체적인 모습은 준비를 하면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봉사 준비는 동아리 운영진인 본과 3학년이 주축이 되어 선배님들의 지도하에 진행되었다. 기초 학문을 배우는데 익숙했던 본과 2학년의 눈에는 온통 새롭고 생소한 것 투성이었다. 치과 진료봉사의 핵심인 체어와 유닛의 기본적인 설치부터 테스트까지, 각 체어마다 둘 재료 상자 준비, 각종 소모품과 소독 기구 준비 등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었다. 모두 실제 치과를 움직이게 하는 구성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준비부터가 알찬 배움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 챙기다보니 짐의 무게는 어느새 1톤을 넘겼다. 수많은 짐을 챙기는 노하우들이 곳곳에 정리되어 있었고 그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에셀의 역사와 전통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짐이 많다보니 사실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다. 운반부터 현지에서의 세관 통관 문제, 그리고 정말 이 많은 짐들을 모두 풀어 진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운반과 세관 통관 문제는 매년 확신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하는데 올해는 항공사와 현지 대사관의 협력, 그리고 현지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짐을 옮길 수 있었다. 옮겨진 짐은 예상과 달리 순식간에 본래의 목적을 찾아갔다. 진료지로 사용하기로 한 수양관 대강당의 입구에 환자들을 우선 예진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고, 컴프레서, 석션, 유닛, 라이트, 체어들을 설치하여 진료구역을 만들었으며, 소독실과 재료 및 기구 분출실, 방사선 촬영실, 환자 대기실을 만드니 텅 비어있던 대강당이 마치 하나의 온전한 치과 병원의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에셀의 24주년사(史) ‘움직이는 치과병원 이야기’의 바로 그 움직이는 치과병원의 모습이었다.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세팅을 마치고 간단한 브리핑과 기도회 후 진료가 시작되었다. 보존, 치주, 외과 이렇게 3개의 파트로 진료구역을 나누어 교수님이나 개원의 선생님들께서 술자로 들어가고, 학생들이 어시스트와 재료분출, 소독 등을 하는 시스템으로 진료가 진행되었다. 술자의 위치에 있는 교수님과 선생님들은 한 명의 환자를 보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환자와의 소통을 중시하여 진료에 필요한 현지 언어에 큰 관심을 보인 점이었다. 각 체어마다 통역을 담당해주는 한인들이 있었지만 필요한 말을 메모지에 적어두고 수시로 외우는 모습을 보았다. 실제로 몇몇 단어만 현지어로 직접 말할 수 있어도 진료가 수월해지는 것을 보니 환자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주로 젊은 연령임을 고려하여 심미적인 부분도 신경을 쓰는 모습, 5일이라는 기간 동안 최선의 치료를 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에서 참 의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환자를 보면서도 항상 어시스트하는 학생들을 위해 술식 하나하나 교과서나 수업에서 쉽게 배울 수 없는 부분들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후배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내공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에셀 해외 봉사 전에 국내에서도 치과의료봉사를 가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고령이었기 때문에 이 곳 역시 고령의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어린이와 젊은 환자들이었고, 고령의 환자는 하루에 10명도 보기 힘들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어리고 젊은 환자들의 구강상태가 한국에서 본 고령의 환자들보다 더 심각했다는 것이다. 구강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방증일까? 인상 깊었던 환자로 한 모녀가 있었는데, 엄마는 간단한 스케일링만 받아도 될 정도로 구강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지만, 아이는 4개의 제1대구치가 모두 우식으로 손상되어 발치해야 하는 상태였다. 구강검사를 하는 선생님께서 어머니를 다그치며 ‘본인은 그렇게 구강관리 잘하면서 아이는 이런 상태로 두다니 친엄마 맞나요?’라고 할 정도였다. 이 외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치석이 지독할 정도로 많았고, 대부분 크라운이 오랜 우식으로 부서져 뿌리만 남은 치아를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었다. 보통은 치주질환이나 외상으로 손상된다는 전치부가 우식으로 손실된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구강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인지 첫 날에는 환자가 비교적 적었지만, 날이 갈수록 입소문을 탔는지 수양관의 마당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와서 치료를 기다리게 되었다. 점심식사도 교대로 먹어야 할 정도로 바빠졌지만,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생각하며 진료에 열의가 더해졌다. 일주일 동안 총 718명의 환자에게 보존치료, 신경치료, 발치, 스케일링 등 총 842 케이스를 시술했다. 치료를 마치고 고맙다며 몇 번을 인사하는 환자, 악수를 청하는 환자, 사진을 찍자던 환자, 갈 때까지 몇 번을 보면서 손을 흔들던 환자까지. 비록 언어는 다를지라도 진심을 다한 진료는 환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마주하니 내 마음에도 치과의사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에 대한 어떤 울림이 생겨났다. 일주일 동안 몸은 힘들었을지만 교수님과 선배님들께 많은 것을 배우고 치료에 진심으로 감동하는 환자들의 좋은 에너지를 받아 마음은 오히려 가기 전보다 풍성해졌다. 매년 에셀의 해외 치과의료선교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입을 모아 ‘에셀의 해외 치과의료선교는 중독이다’라고 하셨다. 다녀와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것을 배워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길 희망한다.
2016년 베트남 붕따우 (24회) 일시: 2016년 7월 10일~16일 장소: 베트남 붕따우 참여대원: 백형선 교수, 김성오 교수, 임문우, 이근형, 박경준, 이민형, 박준호, 이기주, 우상엽, 구본진, 백윤재, 이규화, 김태현, 정서연, 이고은, 김복음, 김현주, 유지흔, 임경래, 전지훈, 홍석우, 김다영, 김동욱, 이범준, 이세연, 이지민, 장한솔, 유다한, 차은광, 박지혜, 박수빈, 윤수진, 강보미, 박주연, 이경원, 우승현, 박수완, 이하영, 임레나   박경준 (17회 졸업, 연세예스치과 원장) 매월 한차례의 기도모임과 진료 전에 가진 오리엔테이션이 해외 진료 준비의 거의 전부였던 것 같다. 학부 방학 때 준비하던 전도나 진료에 비하면 내 기도도 적고, 준비의 시간도 너무 적었다. 시간과 열성이 부족하니 돈으로 대충 때우려는 생각은 아닌지 돌아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해외진료이기도 하고, 2년 만에 다시 가는 베트남이라는 비교적 낯설지 않은 환경과 선교사님의 익숙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태함이 분명 있었다. 역시나 몸보다는 정신적으로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여하튼 나에게 주어진 준비의 시간이 가고, 결전의 날이 왔다. 7월 10일 오후 4시, 인천공항 M19 카운터 앞. 수고하는 학생들과 김성오 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도와주지 못한 미안함이 밀려온다. 한편으로는 지금 학생이 아닌 것에 감사한다. 세 번째로 같이 가는 우리 큰딸 주연이가 반가운 에셀 식구들과 다정히 담소를 나눈다. 주연이에게 두 번의 해외진료가 가족으로 참석하는 주변인의 입장이었다면, 이번은 치과인의 한 사람으로 에셀의 준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듯하다. 학생 때 어렴풋이 ‘나중에 내 아이들도 다락방 일원으로 선교에 동참했으면’ 했던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아 감사, 감사가 입에서 맴돈다. 번거로웠던 화물 규정, 인천공항에서의 연발은 우리의 여정에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드디어 베트남 떤선녓 국제공항. 떤선녓!? 두 번째인데도 베트남어에는 영 익숙지 않다. 사성을 넘어 육성 이상의 괴이한 발음. 들어도 따라할 수 없는 단어들.... 아침 묵상으로 시작한 베트남에서의 첫날. 새롭게 시스템을 갖춘 배관과 멸균 프로세스에 처음인데도 다들 금방 적응한다.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준비 완료! 사소한 문제, 즉 배관에서 물이 새거나 석션 기계가 열을 받는 정도에는 우리의 준비된 ‘민가이버’ 이민형 선생이 있었다. 다시 순조로운 진료가 이어진다. 나만 빼고 모두들 기도로 열심히 준비한 게 틀림없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진료실로 시원한 에어컨이 들어오고, 순박한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의 진료에 감사를 표한다. 공산국가인 베트남이기에 기독교 색채를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어느 환자의 입에서 “할렐루야”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저녁 만찬은 늘 경이롭기까지 하다. 평가회 후에 모인 OB들. 부드럽지만 단호한 의견으로 보다 많은 분들께 양질의 진료를 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진지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마방과 부활과 각 파트별 원활한 인력 배치 등 하루 목표 진료환자는 250명. 진료 4일째, 326명의 환자를 맞이하고도 진료 시스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진료의 수준은 날로 좋아져서 아말감은 사라진 지 오래. 원격으로 지원되는 방사선 시설과 치근단 촬영으로 가능한 근관치료와 난발치를 해결한다. 해외진료에서 환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스케일링은 손기구가 아닌 초음파 스케일링으로 한다. 이민형 선생의 노력으로 확립된 중앙 공급 장치와 보다 나은 진료에 기본이 되는 멸균 처리 등등... 이쯤 되면 치과병원이 무색하다. 착실히 준비하고, 힘든 일에도 인상 한 번 쓰지 않으면서 수고하는 학생들, 그들을 보듬으며 챙겨주는 OB들, 작은 것부터 큰일까지 도맡아 하면서 티 내지 않고 챙기시는 김성오 교수님, 24년을 큰 힘으로 버팀목이 되어주신 백형선 교수님, 그리고 언제나 우리의 앞길을 미리 예비해 주셨던 주님....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일정에 지칠 만도 한데,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않던 현주.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과 질책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아이 아빠 경래. 이근형 선배의 단호하면서도 엄격한 진료 지도를 하나하나 익혀가는 지흔이, 지훈이, 복음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매번 싫은 소리 듣는 것도 마다하지 않던 석우. 이번 진료를 준비하며 얼굴이 반쪽이 된 회장님 범준이. 떨리는 손으로 엘리베이터를 잡던 다영이. 문제가 생기면 얼굴이 상기되어 달려가던 진료부장 세연이. 말수가 적어 더 믿음직한 한솔이. 어리지만 강단이 있던 지민이. 가슴에 바람을 넣고 다니던 동욱이. 까만 뿔테안경에 장난기가 가득하던 다한이. 2학년치고는 꽤 늙었는데도(?) 열심히 뛰어다니던 은광이. 밤 산보를 하다 만난 지혜와 통역이 필요 없던 수빈이. 아주 천천히 얼굴과 이름을 맞힐 수 있었을 만큼 조용했던 수진이. 다음 진료에도 참가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하던 1학년 막내 보미. 말수가 없어 걱정되었지만 나와 허그로 진료를 마무리한 경원이. 미소 천사인 진료 베테랑 승현이. 베트남의 뭇 아가씨들 마음을 사로잡았던 수완이. 기구 배분을 당당히 해내던 하영이. 틈틈이 먹거리를 제공하던 레나. 에셀 진료를 통해 치과의사를 꿈꾸다 드디어 입학을 앞둔 우리 큰딸. 천사의 눈과 마음씨를 지닌 고은 선생. 갈라질 뻔했던(?) 부부의 연을 다시 회복한 우리 에셀의 새로운 두 기둥 태현과 서연 부부. 나랑 여섯밤을 함께 했던 윤재 원장까지..... 너무나 소중한 분들과 같이 해서 보람 있었던 여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를 전한다.    
2015년 스리랑카 마타라 (23회) 일시: 2015년 7월 6일~13일 장소: 스리랑카 마타라 참여대원: 백형선 교수, 김성오 교수, 윤준호 교수, 김성태 교수, 임문우, 이기섭, 박영진, 박경준, 한원섭, 이민형, 박준호, 우상엽, 구본진, 이규화, 유성훈, 유원영, 손효주, 김별이라, 김욱성, 안윤수, 이신애, 임동한, 최혜진, 김현주, 유지흔, 전지훈, 홍석우, 김다영, 이범준, 장한솔, 김지연, 박지성, 정아인, 한유빈, 김수정, 박주연, 김진우, 박원근, 박주완, 윤채린   김별이라 (43회 졸업, 연세대학교치과대학병원 전공의) 2015년 여름, 졸업을 위한 수많은 원내생 진료실 케이스를 잠시 접어두고 나를 포함한 본과 4학년 6명은 스리랑카로 떠났다. 치과대학 학생 13명, 간호대학생 5명, 간호사 1명, 수련의 포함 졸업생 선배님 14명, 가족대원 5명 등 총 40명이 백형선 교수님과 김성오 교수님을 선두로 선교에 나섰다. 밤 비행기를 타고 7월 7일 새벽에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 도착, 온갖 진료 장비를 싣고 비포장도로를 몇 시간 달려 이름도 생소한 마하트라에 도착했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전의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와 다소 다른 환경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대원들이 다함께 머무를 곳이 없어 몇 개로 숙소를 나눴는데, 에어컨이 없는 것보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것에 당황하며 전파를 찾아 헤매는 학생들이 많았다. 진료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출발 전에 준비하면서 현지 선교사님들에게서 사진과 도면을 받아보기는 했지만 도로 주변에, 그것도 사방으로 뚫린 길쭉한 T자 모양의 공간에 어떻게 진료장비를 설치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진료의 노하우가 축적된 OB 선배님들의 지도 아래 일사불란하게 체어와 기계들이 설치되었고, 아무것도 없었던 빈 공간에 그럴듯한 치료소가 세워졌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금방 구름같이 환자들이 몰려들었는데, 이번에는 뜨거운 날씨가 우리를 공격했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야외 공간에서 진료가 계속되자 금방 지치고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이튿날부터는 진료팀과 백업팀으로 나눠 진행했고, 뒤쪽에 휴게공간을 만들어 과일과 물을 준비해 두었다. 밀려드는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운영 중인) 마취방사선, 일명 ‘마방과’를 두어 필요한 경우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곳에서 마취를 하고 체어로 이동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그동안 쌓아온 에셀의 노하우와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지혜로 힘든 상황을 개선해나가며 날이 갈수록 진료가 더욱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날씨가 덥고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 점심은 현지 도시락으로 해결했는데, 누군가가 발견한 길 건너의 ‘피자헛’은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식후 피자헛에서 즐기는 아이스크림은 이제껏 먹어본 것 중 가장 달고 맛있었다. 도시락에서 탈출해 즐기는 피자와 콜라, 에어컨 바람과 깨끗한 화장실에 다시 사기가 충만해져서 오후 진료에 다시금 힘을 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열악한 환경에도 40명의 대원들 중 크게 아픈 사람 없이 무사히 진행되었던 것이 큰 은혜였다. 이렇게 5일간의 일정을 마치면서 총 환자 수 954명에 1,084건의 진료 건수를 기록했다. 본과 2학년 때인 캄보디아에서는 석션 기계를 잡는 것도 어색했고, 3학년인 베트남에서는 처음으로 마취와 수복 치료를 경험해 보았다면, 졸업을 앞두고 간 스리랑카 진료는 선배님들을 지켜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능적인 배움뿐 아니라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상담과 신앙인의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치과의사로서 일을 하는 입장이 되어 다시 생각해보니 더운 여름에 소중한 휴가와 경제적 수익을 헌납하고, 아니 오히려 자기 돈을 내서 미지의 나라에 매년 의료선교를 떠나는 선생님들이 더욱 멋지게 느껴진다. 지금은 사진들을 찾아가며 스리랑카 후기를 쓰고 있는데, 솔직히 그 무엇보다 뚜렷이 기억나는 것은 죄송하게도 치열한 진료사역이 아닌 ‘스리랑카의 밤하늘’이다. 스리랑카의 넷째 날 밤, 별을 촬영하러 간다는 진료부장을 따라 나를 포함한 학생들 몇이 숙소에서 가까운 해변으로 산책을 가게 되었다. 그때 밤하늘 가득히 쏟아져 내릴 듯한 수많은 별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지금은 서울의 밤하늘을 볼 때도 스리랑카가 떠오른다. 졸업 전 내가 되고자 했던 치과의사의 모습, 그 당시 나의 고민과 목표, 선배님들의 따뜻한 조언과 풍성한 주님의 은혜... 모두모두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새길 것이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추억이 많은데 글솜씨가 부족해 아쉽기만 하다. ‘에셀 배지’를 배부해 핑크와 블랙 멤버로 나누었을 때 블랙을 동경했던 일, 매일 아침 진료 시작 전부터 진행되던 현지 국회의원 뿌티끄의 일장 연설, 숙소 화장실 변기에서 엄청난 괴생물체가 출현했던 일, 아침저녁 숙소 식사시간에 항상 학생들에게 먼저 줄을 양보하시던 선생님들의 따스함, 바닷가에서 기타를 치며 소리 높여 찬양했던 시간들... 모두 다 감사하고 소중하다. 언젠가는 나도 자녀들을 데리고 어엿한 치과의사로 다시 여름 단기선교에 참여할 날을 열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긴 시간 동안 에셀과 함께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