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진료는 치과장비가 없으면 진행이 거의 불가능한 정도로 장비에 대한 의존성이 큽니다. 치과 진료시설이 없는 곳에서 치과의사 한 사람이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서는 4-5명 이상의 인원이 많은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며 진료를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소수의 대원들로 움직이는 봉사팀이 치과진료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비의 개선과 발전으로 사역지에서 점점 더 수월하게 치과 진료를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동식 치과유닛
치아삭제를 위한 장비인 하이스피드, 로우스피드를 이동이 가능한 형태로 만든 치과유닛이 사용됩니다. 1993년 처음 사용했던 제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발전으로 그 성능과 휴대성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많은 선배님들의 후원으로 현재는 접었다가 펼 수 있는 알루미늄 가방 안에 하이스피드, 로우스피드, 스케일러, 석션이 연결되는 구조의 대양덴텍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컴프레서와 석션, 그리고 치과유닛을 연결하는 호스를 미리 준비해서 사역지 장소에서 8개 정도의 체어가 운영될 수 있도록 설치하여 사용 중입니다.
진단을 위한 엑스레이
치과 진료에 있어 엑스레이는 필수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포터블 엑스레이가 없었고, 포터블 엑스레이가 개발된 후에도 아날로그 필름을 현상하기 위한 과정(현상액, 정착액) 때문에 해외진료에서 활용하기에 제약이 따랐습니다. 디지털 구강센서가 개발된 후 선배님들의 후원으로 해외진료에 구강센서를 활용하게 되면서 근관치료, 발치 등을 결정하는 진단, 치료 과정에 큰 도움을 받게 되었고, 2014년부터는 무선공유기를 현장에 설치하여 엑스레이 파트의 노트북에 저장된 엑스레이를 확인하기 위해 술자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와 같은 모바일 장비를 이용해 각자의 체어에서 엑스레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저한 소독 설비
확실한 소독은 오토클레이브를 활용하는 것인데, 운반하기 좋으면서도 충분한 기능을 하는 제품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과 같이 쉽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수술기구 등을 급하게 소독할 때 사용하는 작은 크기의 오토클레이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우회의 보조를 통해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진료가 시작되면 진료기구를 화학적 소독(크레졸/아이오다인/perasafe 같은 전용제제 활용) 과정을 거쳐 오토클레이브로 멸균을 진행합니다. 제품 두 개가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돌아가게 되는데 이 일은 본과2학년 학생들과 가족대원들이 담당합니다. 날씨가 더운 지역에서 글러브도 못 벗고 소위 말하는 찜통을 돌리는 셈이라 많이 힘든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수고하는 학생들과 자녀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체어의 발전
환자를 눕히고 진료하는 치과진료에서 환자를 어떤 자세로 위치시키느냐는 술자에게 좋은 시야를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장시간을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술자의 자세가 안 좋으면 버텨내기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과병원에서와 달리 야전과도 같은 해외진료 현장에서 체어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진료지에 있는 책상이나 받침대 등 모든 가구를 이용해 체어를 대신하기도 했었고, 쿠션이 아닌 탈착형 커버로 가벼우면서도 부분적으로 등의 각도를 접을 수 있는 제품을 찾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머리 부위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비교적 가벼우면서 설치가 편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명 (LED)
환자를 진료할 때 구강을 비춰주는 조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개선이 쉽지 않습니다. 펜 라이트나 이마에 밴드타입으로 거는 라이트를 활용하기도 했었고, 스탠드 타입의 일반 전구 조명, 마이크 대에 조명을 연결해 환자의 머리 위쪽에 고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할로겐 램프로 된 조명은 열이 많이 난다는 단점이 있었고,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LED전구로 된 조명을 도입했습니다. LED전구는 에너지도 적게 들지만, 열이 크게 나지 않는 점이 아주 유용했습니다. 단, 우리의 진료 방식에 맞게 전구의 방향과 위치를 원활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조명 제품을 찾는 것이 쉽지 않네요.
진료장비의 운송
진료대원의 수가 늘어서 많은 환자에게 좋은 진료를 베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짐을 준비하고 포장하도록 해야 하는 어려움과 미안함이 있습니다. 공항에서의 통관은 물 흐르듯 편안한 과정이 아니라 매번 두렵고 떨리는 시간인데, 매년 하는 일인데도 종종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액체 종류의 재료는 반입이 엄격하게 금지되므로 현지 조달을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모든 짐들을 모아보면 거의 1000kg에 육박(최근에는 800kg로 경량화)하는데, 짐들의 번호가 40개 정도 되므로 분실의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진료에 필수적인 짐을 여러 개의 짐에 분산시키는 것도 저희의 노하우입니다. 또한 짐의 보관 및 운송 또한 찾기 편리하도록 큰 알루미늄 박스를 제작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장비에 대한 기록을 남기다 보니 체어를 제조하는 회사들(신흥, 한림, 스카이)이 봉사팀에 이동식 유닛을 대여해 주었었고, 대양치재에서는 효율적인 이동식 유닛을 만들어 좋은 가격에 제공해 주었습니다. 워니덴탈에서 지속적으로 장비의 수리와 효율화를 위해 수고해 주셨음을 기록해 놓아야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동역자들이라 생각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