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료 갤러리

믿음의 나무 에셀

2008년 피지 (16회)

작성자
yonseiessel
작성일
2023-08-23 21:48
조회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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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8년 7월 8일~16일
장소: 피지
참여대원: 백형선 교수, 김성태 교수, 임문우, 구본찬, 이근형, 조기수, 한원섭, 이기주, 우상엽, 구본진, 이규화, 최성숙, 문현승, 곽진희, 유성훈, 최희곤, 민성창, 박성우, 김태현, 정서연, 최영준, 고재민, 김지민, 서형은, 서민정, 정민선, 정하나, 임지인, 임아린, 한아림, 구예모, 조아라





















 

한원섭 (19회 졸업생, 런던치과 원장)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8월의 어느 날, 단기선교를 여러 번 함께했던 후배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형님, 해외진료 24주년에 만들 책 원고 마감을 해야 하는데 피지에 다녀온 이야기를 좀 맡아 주세요.” 그래서 글을 잘 쓸 능력은 안 되지만 10년 전 피지에서의 사역을 생각해 보았다. 기억을 떠올리려고 피지에서 찍은 사진도 꺼내 보며 그해 여름의 나를 돌이켜 보니, 새삼 나에게 단기 치과 의료선교가 어떤 의미였는지 되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며칠 전 50번째 생일이 지났다. 86년에 치과대학에 입학한 지도 벌써 30년, 내년이면 졸업 25주년 행사를 한다고 하니 치과의사가 된 지도 벌써 25년이나 지난 것이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배들의 손에 끌려 다락방을 처음 방문한 후, 여름과 겨울에 진료봉사를 다니고, 치과의사가 된 후로도 1년에 한두 번 해외 진료봉사를 다니며 셀 수 없이 많은 진료봉사를 다녔지만, 피지에서 에셀 팀과 함께 한 진료는 나에게 있어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 이전까지의 진료봉사는 땅 끝까지 주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생각과, 부르시면 간다는 마음으로 배낭에 마취제와 주사기, 엘리베이터와 포셉 등 기구 몇 개를 담아 전기도 없는 오지에 의료팀과 함께 고행을 간 것이라면, 피지에서의 에셀 진료는 다른 치과의사들과 함께 한 부담이 적은 진료였다. 다녀온 후 사진을 본 아내가 “당신 봉사 갔다 온 거야, 아님 휴양 갔다 온 거야?” 할 정도로 많은 동료와 함께 훌륭한 진료 환경, 휴양지 같이 좋은 숙소와 식사 등 다른 어떤 때보다 편하게 봉사한 것은 사실이었다. 중학생이 된 큰 딸아이와 함께 한 첫 의료봉사였기 때문에 신경을 쓴 탓도 있지만, 에셀 팀을 선택한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즈음 들려온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의 치과 진료에 의한 광범위한 에이즈 전파로 치과 의료선교 활동이 전면 중단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병원에서의 교차 감염 등이 떠올라 단기 의료선교에 대한 한계성을 돌아보게 했다. 나도 그런 진료를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방황할 때, 에셀 진료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다.

10여 명의 치과의사를 포함해 30명이 넘는 전체 팀은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도 디지털 엑스레이를 사용해 근관 치료를 한 것은 물론, 미니 오토클레이브를 사용함으로써 교차 감염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게 된 최초의 해외진료였다. 또한 의사들이 과목을 정해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를 체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통증만 가라앉히는 응급처치 개념이 아닌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었다.

피지에서 까맣게 변색되고 망가진 앞니를 신경치료와 함께 레진으로 수복해주면 거울을 보며 신기해하던 환자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술사 보듯 딸아이가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러한 종합 진료가 가능하려면 급한 경우 제너레이터 등을 이용해서라도 전기의 공급을 반드시 해야 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지역의 선택 또한 필수적이다.

물론 단기 치과 의료선교는 영혼을 직접 구하는 적극적 선교활동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활동을 통해 조그마한 믿음의 씨앗이라도 뿌려야 하는 열악한 지역이 아직도 세상에는 많다. 일주일의 의료선교로 즉시 열매를 맺기는 어렵겠지만, 나의 헌신을 통해 믿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현지에 계신 선교사님들이 그 씨앗을 싹틔워 성장시키고, 믿음의 열매를 맺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올해는 교회에서 맡은 일이 많다는 핑계로 30년 만에 해외진료 없는 첫 여름을 지냈다. 왠지 모를 허전함을 가지고 이 글을 쓰면서 에셀 해외진료 24년, 아니 학생 때의 국내 노방전도를 포함해 40년 이상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지도하며 인도해주신 백형선 교수님께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임문우 선생님, 김성오 교수를 포함한 모든 에셀 해외 진료팀 선배, 동료, 후배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에 감사한다.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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