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료 갤러리

믿음의 나무 에셀

2013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21회)

작성자
yonseiessel
작성일
2023-08-24 13:16
조회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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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3년 7월 7일~14일
장소: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참여대원: 백형선 교수 김성오 교수, 김성태 교수, 임문우, 이기섭, 이근형, 이민형, 박준호, 우상엽, 구본진, 이규화, 고형석, 곽계명, 김규남, 김근희, 김치훈, 손효주, 이고은, 권순모, 김민정, 김민태, 배지은, 이준구, 김별이라, 최혜진, 김현아, 문혜미, 박지현, 송유지, 이채은, 홍지수, 김진우, 박주완, 이영서, 김준수, 우승현





















 

김민정 (42회 졸업, 미소담치과 부원장)

치과대학생으로서 보낸 시간 동안 체득한 하나의 가치관이 있다. 내가 아는 것이 손끝에서 나타나려면 직접 부딪치고 때론 깎이는 인고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임상에 적용해가며 익히는 한편, 나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변화시키고 성숙시키는 것이 치과대학생에게 주어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에셀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우 값진 경험을 주고 있다.

2013년의 진료지는 캄보디아의 항구도시 시아누크빌이었다. 학기말고사가 끝났지만 에셀 재학생들은 더 분주해졌다. 출발하는 날을 카운트다운하며 서로가 역할을 나누어 움직여야 했다. 우리가 타게 될 캄보디아 프놈펜 행 비행기는 작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더욱 꼼꼼히, 최대한 간소하게 짐을 꾸렸다. 하지만 진료를 위한 장비를 직접 가져가야 하는 치과진료의 특성상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이것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솔하시는 백형선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과 마지막까지 상의해 짐을 줄여 나갔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비행기 탑승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료지에서보다 출발하기 전 일주일이 가장 어렵고 힘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도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으로 바뀌어갔다.

캄보디아의 날씨는 생각했던 것만큼 덥지 않았다. 현지 선교사님은 평소보다 기온이 낮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시아누크빌에 머무르는 동안 그런 날씨가 계속되었다. 진료 장소로 우리가 묶었던 숙소의 넓은 회의실 홀이 사용되었다. 지금까지 진료한 장소 중에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숙소와 함께 있어서 저녁식사 후에도 진료장소 정리나 모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실내였기 때문에 해가 져도 체어의 조명으로 날벌레가 날아들 걱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좋은 여건 덕분에 당초 우리가 계획한 진료 시간인 오후 5시 반을 훌쩍 넘긴 7시 반까지 연장할 수 있었다.

진료는 강행군이었다. 아침 8시 반에 예진을 시작했는데,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지역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는 하루 250명 정도로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250개의 번호표는 아침 9시 반이면 동이 날 정도. 안타깝지만 더 이상 받을 수 없어서 돌려보낸 환자도 많았다. 그만큼 우리의 진료는 그들에게 절실한 것이었다. 환자들의 상황을 보니 심각한 우식으로 발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내에 치과가 있다지만 심각할 정도로 우식이 진행되어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치료 수준도 높은 편은 아닌 듯했다. 심미적으로 문제가 되는 앞니 우식 환자도 많았는데, 환자가 원하는 치료와 우리가 판단하는 꼭 필요한 기능적 치료 부위가 달라서 생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날마다 하루 10시간 가까운 진료를 했기에 몸은 고단했지만 대원들 모두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진료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진료가 휴식보다 더 달콤했다면 조금 과장일까?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녀도 피곤에 지치기보다 무언가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료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감동이 분명히 있다. 진료를 받고 가는 현지인들의 미소를 볼 때, 개원의로 계시는 선배님들을 직접 어시스트하며 그분들의 인생의 지혜와 깊이를 마주할 때, 동료들을 도와 땀 흘려 일할 때 그 곳에서의 시간들이 나를 만들고, 또 나를 빚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치과 지식이 손끝에서 나타나려면수련 기간이 필수적인 것처럼, 인생의 철학과 지혜가 한 사람을 형성하는 데는 직접 실천하고 도전해보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흘린 땀의 가치와 그것이 주는 행복감이란 에셀의 대원으로서 해외 진료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만한 것들이었다. 내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들여 선교를 왔기 때문에 내가 베푸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생이 달라지는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그 이후에도 멋진 우리 팀 ‘에셀’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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