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료 갤러리

믿음의 나무 에셀

2004년 미얀마 양곤 (12회)

작성자
yonseiessel
작성일
2023-08-23 20:23
조회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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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4년 7월 12일~18일
장소: 미얀마 양곤
참여대원: 백형선 교수, 김성오 교수, 임문우, 구본찬, 이성준, 구본진, 박광희, 김경석, 김영재, 이석우, 이윤섭, 류윤경, 김지희, 문현승, 양정란, 김미리, 김영민, 임지인





















 

구본찬 (14회 졸업, 펜실베이니아치과 원장)

진료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진료실을 나오는데 아이들 몇이 뛰어 놀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하나 둘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작은 모니터를 보기 위해 아이들은 아예 내게 몸을 기댔다. 그 중 한 녀석의 머리가 내게 닿았다. 순간 걱정이 되었다. ‘머릿니라도 옮으면 어쩌지?’ 다음 순간 아이의 팔이 내게 닿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며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이내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가슴 뭉클함이 밀려왔다.

임문우 선생님의 권유로 2002년 처음 해외선교에 따라나선 내게 미얀마는 태국, 남아공에 이은 세 번째 선교지였다. 목적지는 수도인 양곤 근처 낀마린 지역. 아침이면 차창 밖으로 보이던 탁발승의 행렬, 눈빛이 살아있어 실세로 보이던 군복 차림의 장교들, 여느 동남아 국가들처럼 수많은 오토바이와 열대 과일이 풍성했던 시장이 인상적이었다. 진료 장소까지 버스가 들어가지 못했는데, 스콜이 쏟아지면 길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 힘들게 이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일정을 마치고 떠날 때, 빗소리가 듣기 좋았던 어둑어둑해진 진료실에서 우리를 마주보며 불러주었던 미얀마 어린 학생들의 찬양은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모든 선교 일정이 끝난 마지막 날, 모두들 치마 비슷한 옷을 둘러 입고 들른 쉐다곤 파고다. 한쪽에서 대포를 쏘아도 반대편에서는 들리지 않는다는 거대한 사원이었다. 진짜 금으로 쌓아 올린 첨탑에는 온갖 보석이 가득해 국가에 돈이 필요하면 이곳에서 빌려온다고 했다.

에셀 해외선교 역사에서 이때 처음으로 일명 마방과(마취-방사선과)를 신설하고, 다른 전문과목도 본격적으로 구분해 진료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진단, 마-방, 보존, 치주, 외과 파트로 매우 효율적이었고, 각자의 경험도 더 쉽게 쌓여 이후 거의 치과병원 수준으로 발전하는 큰 개선의 밑바탕이 되었던 기억이다.

나는 태국에서 팔라우까지 10년 동안 선교여행에 동참을 했다. 그간 개인적으로 얻은 유익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내 병원으로부터의 자유다. 처음 선교를 갈 땐 몹시 불안했다. 거의 열흘이나 병원을 비운다? 개원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다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까? 그러나 열 번의 해외선교를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겪은 일이 없다. 이제 조금 더 여유 있게 스케줄 조정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선교여행의 경험은 많은 조급증을 없애 주었다.

둘째는 아이들의 선교 동참. 두 자녀 권모와 예모는 번갈아가며 선교에 동참했다. 아이들에겐 선교와 봉사의 의미, 그리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고, 그렇게 힘든데도 나중엔 서로 가려고 다투기까지 했다. 어린아이들이 이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셋째는 하나님 나라의 확신이다. 우리가 다닌 그 많은 나라에서 따뜻한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자비량으로 함께 사역한 백형선 교수님을 비롯한 선후배와 학생들, 그리고 대원 자녀에 이르기까지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귀한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던 것도 큰 선물이었다. 지금도 다정한 그 얼굴들이 그립고 보고 싶다. 또 이 순간에도 소명에 순종해 하나님을 마음에 품고,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사역을 감당하는 수많은 선교사님들... 모두를 통해 이 세상이 하나님 나라임을 느끼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예수님께서 피 값으로 사신 귀한 우리의 몸이 그동안 배운 지식과 경험, 그리고 마련한 장비로 또 다른 귀한 누군가의 몸을 치료했던 2004년의 열두 번째 에셀 미얀마 해외진료는 멀리 떨어져 언어도 삶의 방식도 다른 그곳에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그 돕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이 사역을 가능하게 해준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특별히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는 훌륭한 지체였음에 또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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